← 목록으로 돌아가기

술을 마시는 행위가 아니라 공간의 특유의 분위기를 받아들이는 법

요즘 사람들은 가양에서 술잔을 기울일 곳을 찾을 때 스마트폰 검색 결과 상단에 뜨는 이름들만 기계적으로 쫓아다니곤 하지. 어디가 제일 핫하다더라, 어떤 가게가 인테리어가 화려하다더라 하는 말들에 휩쓸려 정작 그곳에 흐르는 진짜 분위기는 놓치기 일쑤야. 십 년 전만 해도 이런 식의 획일적인 소비는 상상도 못 했는데 말이지. 내가 말하는 방식은 단순히 술을 마시는 행위가 아니라, 가양이라는 공간이 가진 특유의 투박함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법을 말하는 거다.

화려한 조명과 유행을 타는 음악으로 가득 채워진 곳들이야 발에 채일 정도로 많겠지. 하지만 정작 내공 있는 사람들은 그런 곳을 외면한다. 내가 눈여겨보는 건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제 색깔을 유지해 온 곳들이야.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메뉴를 바꾸고 인테리어를 갈아엎는 집들은 사실 중심이 없다는 반증이거든. 가양의 밤은 조금은 거칠고 투박해야 제맛이지, 잘 포장된 세트장 같은 곳에서 보내기엔 시간이 아깝지 않나.

지금 가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서비스의 질이나 화려한 라인업이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지. 얼마나 덜 인위적인가, 얼마나 사람 냄새가 나는가가 중요하다. 다들 남들이 좋다는 곳으로 몰려갈 때 나는 구석진 골목의 오래된 간판을 찾곤 해. 거긴 데이터가 알려주지 않는 의외의 깊이가 있거든. 등급을 매기자면 흔히들 최고라고 치는 곳들은 내 기준에서 낙제점이지만, 이름 없는 이 가게들은 가히 독보적인 감성을 자아낸다. 이건 남들이 뭐라 해도 변하지 않는 내 확고한 취향이지.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고집스럽다거나 시대에 뒤처졌다고 흉을 보겠지. 괜찮다. 어차피 그들은 가양의 겉면만 훑고 지나갈 뿐이니까. 진짜를 알아보는 눈은 경험에서 나오고, 그 경험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거든.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되다 보니 오히려 무엇이 중요한지 가려내는 감각이 무뎌진 요즘 세태가 안타까울 뿐이야. 그저 남들이 다 하는 방식 말고, 너만의 속도로 가양의 밤을 조금은 느릿하게 탐색해보길 권한다. 무작정 휩쓸리기보다는 한 템포 쉬어가며 깊이를 파고드는 게 훨씬 재미있을 테니 말이야.